최근 경기 침체나 인건비 부담 등으로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은 무조건 정당한 것이 아니며, 법적으로 분명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합법적’인 구조조정이 될 수 있으며, 근로자 입장에서도 정당한 절차 없이 권리를 침해당했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실제 현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상황을 바탕으로 회사가 지켜야 할 법적 절차와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전략을 정리해 드립니다.
✅ 1. 구조조정이란?
기업이 경영상의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거나 조직을 축소하는 과정이 바로 ‘구조조정’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정리해고(경영상 해고)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4조에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허용하면서도, 단순한 회사 사정만으로는 해고가 정당화되지 않도록 다음 4가지 조건을 반드시 요구합니다.
■ 경영상 해고 요건 4가지 -
- 긴박한 경영상 필요
단순한 적자 수준이 아니라, 도산 우려 등 실질적으로 위기 상황이어야 합니다.
신규 직원을 고용하거나 신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면, 이는 긴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적극적인 해고 회피 노력
무급휴직, 희망퇴직, 임금 삭감, 고용유지 정책 등 선행적으로 실시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아무런 시도 없이 곧바로 해고를 단행했다면 부당해고 소지가 큽니다. - 합리적인 해고 기준
해고 대상자는 공정하게 선정되어야 하며, 성과, 근속연수, 업무 능력 등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특히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인 사업장은 해고 예정일 30일 전 서면 통지 및 협의가 법적으로 의무입니다.
이를 어기면 해고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30일분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 위의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 2. 회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으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행 법률과 판례에 따라 다음 절차는 필수로 이행해야 합니다.
✅ 1. 사전 통지 및 협의
- 50인 이상 사업장은 해고 30일 전에 반드시 근로자 대표에게 서면으로 알리고 협의해야 합니다.
- 형식적인 통보가 아니라, 실제 구조조정 필요성과 기준, 대안 등을 설명해야 합니다.
✅ 2. 해고 기준의 명확성
- 누구를, 왜 해고하는지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 차별이나 임의 선정은 불법으로 간주됩니다.
✅ 3. 해고 대상자에 대한 서면 통보
- 해고 통보는 문서로 이뤄져야 하며, 구두 통보나 문자 한 줄로는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 해고 사유, 일자, 기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 3. 근로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 전략
회사의 구조조정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자는 법적으로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다음과 같이 존재합니다.
✅ 1. 해고의 정당성 검토
-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절차는 적법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부당해고 구제 신청은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 가능하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접수하면 됩니다.
- 복직, 임금 보전 등 판정 가능
✅ 2. 희망퇴직 여부와 위로금 협상
- ‘희망퇴직’ 제안이 들어왔다면 퇴직금 외 위로금, 실업급여, 전직 지원 등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 모든 조건은 문서화해야 하며, 협의 내용을 저장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 3. 자료 확보 및 상담 병행
- 내부 공지사항, 회의록, 메일 등을 스크린숏으로 확보해 두세요.
- 고용노동부(1350), 노무사, 노동전문 변호사와 상담하면 법적 대응이 수월해집니다.
✅ 4. 적법한 구조조정을 잘 진행한 우수 사례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노사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합니다. 다음은 국내에서 적법한 절차와 노사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모범 사례들입니다.
✅ 1. ㈜호텔롯데 롯데월드: 코로나 위기 속 노사 상생의 모범
호텔롯데 롯데월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하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이 위기를 노사가 상생의 노력을 기울여 극복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노사 협력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임금을 동결하고 일부를 반납하며 회사의 어려움을 분담했습니다. 또한, 고용 유지를 위한 고용유지협약을 체결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직원들의 전환 배치를 실시하는 등 일자리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러한 노사 협력의 결과로 호텔롯데 롯데월드는 2022년과 2023년에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근로자들의 고통 분담에 화답하여 역대 최고 수준의 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또한, 타운홀 미팅, '월드 왔어요', 주니어 보드 등 다양한 소통 활동을 통해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아이디어 게임'을 통해 제안된 의견들이 실제 실적과 이익으로 이어진 사례는 노사 간의 깊은 신뢰와 협력적 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 2. ㈜비츠로셀: 화재 위기 속 전 직원 고용 유지
㈜비츠로셀은 2017년 공장 화재로 생산 시설의 90% 이상이 소실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는 기업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였으나, 비츠로셀은 이 상황에서 노사 간의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회사는 화재 발생 직후 노사 비상 대응 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하여 단 한 명의 인적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공장 복구 기간 동안 전 직원에게 유급 휴직을 부여하며 단 한 명의 해고 없이 전원 고용을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정은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고, 노사 간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근로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비츠로셀의 사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 3. 두산그룹: 채권단 관리 조기 졸업을 통한 경영 정상화
두산그룹은 2020년 3월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두산그룹은 대규모 자산 매각과 사업 재편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두산그룹은 인프라코어 등 주요 사업을 매각하여 약 3조 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두산중공업은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간 지 불과 23개월 만인 2022년 2월 28일,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 졸업하며 구조조정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이 사례는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과감한 사업 재편과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 성장 동력(SMR, 수소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공적으로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5. 구조조정은 절차와 대응이 핵심입니다
구조조정은 기업에게 필요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근로자의 삶과 생계를 뒤흔드는 중대한 조치입니다.
회사는 절차적 정당성과 명확한 해고 기준을 갖춰야 하며, 근로자는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정보에 기반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